퍼온 글_희망에 베팅하라_ 공병호
최봉학 200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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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3040, 희망에 베팅하라> _ 공병호

주말에 훈훈한 감동을 주는 책을 한 권 읽었습니다. 저자는 에드워드 할로웰인데 하버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정신과 의사 겸 작가 생활을 하는 사람입니다.
어려운 어린시절을 보내면서도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그런 멋진 이야기입니다.
삶에서 행복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네요.

1. 우리에게 사랑이 없다면 삶은 그저 그때그때 잊혀져 버리고 마는 순간의 연속일 뿐이다.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사랑을 나눈다. 사람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책과 영혼과 공간과 사상을 사랑한다. 때로 한 마리 개를 사랑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다. 사랑으로 우리는 덧없이 지나가는 순간을 더없이 특별하고 힘이 넘치며 중요한 순간으로 만들 수 있다. 사랑과 사랑의 소중한 벗인 상상력만 있으면 우리 삶의 가장 하찮은 찰나에도 그 이면에 숨은 풍성한 힘을 경험할 수 있다.
사랑과 상상력만 있다면 우리는 보잘것 없고 따분한 순간들을 '행복의 순간'으로 바꿀 수 있다.

2. 우리의 마음이 닻을 내린 사람들과 공간과 일들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뽑아 내야만 한다. 할 수만 있다면 우리에게 상처를 입히고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게 만드는 것들을 없앤 뒤,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적으로 몰두해야만 한다. 나는 이게 바로 행복한 삶에 이르는 열쇠라고 생각한다.

3. 나는 뉴잉글랜드계의 어느 고리타분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 집안 사람들은 내가 와스프(WASP)의 3요소라고 부르는 것, 즉 알코올 중독, 정신 질환, 공손함의 세례를 받는 사람들이었다.
부모님과 부모님의 부모님과 부모님의 부모님의 부모님으로 계속 거슬러 올라가는 우리 가계의 사람들은 이 와스프 3요소를 상당향 복용해 왔다. ...
장차 자기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나이인 열한두 살 무렵 나는 내가 결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나도 행복을 찾고 싶었지만, 내가 가진 카드안에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 유전자 안에는 행복이라는게 있을리 만무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내가 처한 환경을 최대한 잘 이용하는 것, 내 문제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 다소 이해되지 않더라도 내가 살아갈 세계에 내 우울한 내면을 적응시키는 방법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기숙학교의 침대에 누어 천장을 바라보면 '나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 묻던 일이 떠오른다. '아니'라고 대답할 가능성이 더 컸다.
이제 그로부터 삼십오 년의 세월이 흐르고 쉰 살의 나이가 되어서야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놀라운 일이지만 나는 스스로 좋은 삶을 찾았다.

4. '엄마, 엄마, 우리 엄마'
내 기억속에 엄마는 늘 마흔 살이고 나는 여섯 살이다. 채텀 브리지 거리에 있던
옛집 앞에서 나는 막 스쿨버스에 올라타려고 하고 있고 엄마는 문간에 서서 잘 가라고 손을 흔들고 있다. 엄마는 핑크빛 블라우스와 하얀 주름치마를 입고 짙은 남색 허리띠에 진주 목걸이를 하고 있다. 그 순간만은 나도 모르게 엄마가 항상 내게 했던 말들이 진짜였음을 깨닫게 된다. "난 항상 너를 사랑한단다. 얘야. 네가 어디를 가든, 무슨 일을 하든."

그리고 이제 스쿨버스 차창에 작은 빰을 기대고 엄마를 돌아보는 장면을 상상하면 그때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또렷하게 기억난다. 나는 엄마의 무한한 사랑이 얼마나 따뜻한 것인지 느꼈다.
여섯살짜리에게는 무조건적이며 무한한 사랑을 느낀다는 게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큰 재산인지 모른다. 그 사랑만 있으면 우리가 하지 못할 일이란
아무 것도 없다.

자식에 대한 엄마의 사랑은 너무나 크고 위대해서 그 무엇도 이 사랑을 파괴할 수 없다.
우리는 언젠가는 결국 엄마의 실제 모습이 우리 눈에 남은 모습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알고 보면 엄마는 평범한 인간일 수도, 나쁜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찍이 그 조건없는 사람을 경험한 사람에게 그 사랑은 절망의 예방약으로, 삶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게 하는 예방 주사로 작용한다. 내 눈에는 지금도 엄마의 눈동자가 보인다.
그 눈동자는 이렇게 말한다. "네가 어디에 있든, 네가 무슨 일을 하든,
나는 항상 너를 사랑한단다. 세상 모든 엄마의 눈동자에는 신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우리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바로 그 목소리가.

-에드워드 할로웰, <행복의 발견>